2010년 4월 18일 일요일

첫날밤에 현명하게도 이런 말을 해서 말문을 막아 버렸다.

예나 지금이나 첫날밤에 남자들이 집요하게 신부를 붙잡고 묻는 말이 있다. 제 뒤는 구린 줄 모르고 순결을 논하거나 과거를 캐묻는 질문이다. S양은 식을 올리기 직전까지 사랑을 저울질하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런데 그만 첫날밤에 예나 지금이나 첫날밤에 남자들이 집요하게 신부를 붙잡고 묻는 말이 자신이 잊지 못하는 남자에 대해 낱낱이 말해 버렸다. 그래도 같이 살겠다면 살자는 식으로 오히려 배짱 좋게 나갔단다.
 
하지만 이 남자, 결혼한 지 5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군소리 없이 마누라를 공주마마 대하듯이 한다고 한다. 이에 반해 S양은 괜히 5년 전에 했던 말들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려 아직도 첫 아이를 갖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단다. 애를 낳고 나면 과거까지 꼬투리 잡히며 살게 될까 두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자의 과거는 알아서 좋을 것이 없다. 상대방에게도 여자 자신에게도. 그리고 남자의 과거도 알아서 좋을 것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알면서도 왜 그리 궁금증이 나는지. 서른이 넘어 결혼하는 남자가 숫총각일리는 없을 거라 짐작하면서도 말만은 "네가 첫여자"라고 듣고 싶어 묻고 또 캐묻는다.

  


그러면 이 남자는 착한 건지 머리가 나쁜 건지 신부가 묻는 말에 순순히 과거를 털어놓는다. 그러고는 괜히 물었다 싶어 후회도 되지만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게 되고 결국은 미운 털이 박힌다.
 
뻔히 바람을 피우고 여관에서 나오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됐음에도 끝까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바람 피운 남자들의 철칙이라는데, 이건 그 남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그들의 아내들 입을 통해 퍼진 것이 아닌가 한다.

나의 과거를 인정하듯이 상대방의 과거도 인정해야 하는데, 나는 한눈을 팔면서도 상대방이 그러는 꼴은 못 보는 것이 남녀 사이다. 행여라도 옛날 이야기는 꺼내는 법이 아니다라며 대충 짐작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을 통해 듣고 싶지 않은 것이 과거의 사랑 이야기이니까.
 
그래서 나는 아예 첫날밤에 현명하게도 이런 말을 해서 말문을 막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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