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과 어쩌다 한 번 원나잇은 할 수 있어도 장기간 파트너가 되긴 힘들다.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나는 웃겨 죽겠는데 상대방은 “저게 뭐가 웃겨” 하는 일이 반복되면 그 역시 원나잇 파트너감이다(유머 감각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다. 적어도 웃는 시점이 같아야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게 내 지론이다). 동문서답하는 사람. 상식이 너무 없어 통 대화가 안되는 사람. 음식 먹을 때 맛있는 부위만 저 혼자 쏙쏙 골라 처먹는 사람과는 짧은 포옹조차 하기 싫다.
한눈에 척 봐도 영 아닌 남자를 만났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모든 것이 잘 맞는가 싶었는데 섹스가 영 시원치 않을 경우 그것만큼 고민스러운 건 없다.
남자 보는 눈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S. 평생을 찾아 헤매던 반려자를 이제야 만났다며 그녀는 내내 “퍼펙트”를 외쳐 댔다. 첫날밤을 아름답고 거룩(!!!)하게 맞고 싶다며 만난 지 두 달이 넘도록 키스조차 아끼던 그녀. 그들의 거룩한 밤은 무려 100일째 되던 날 찾아왔다. 그때까지 참고 기다린 S의 새 남자 친구를 위해 묵념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그녀는 이날을 위해 5만원짜리 때도 밀고. 12만원짜리 마사지와 페디큐어도 받았다. 너무 튀지도 않으면서 섹시함이 살짝 감도는 속옷을 찾기 위해 백화점을 통째로 뒤져 대기도 했다. 새 신부라도 된 것처럼 잔뜩 기대에 부푼 그녀를 위해 호텔 방 가는 길 구비구비 장미 꽃잎이라도 뿌려 줘야 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얼굴이 활짝 폈네”. “하루 사이에 살이 쏙 빠졌네” 등의 축하 멘트를 준비했던 친구들은 시무룩한 S의 표정을 보고 긴급히 대사를 수정했다.
“사는 데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니?”
“그래도 트랜스젠더는 아니지?”
S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나 그 남자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 괜히 잤나 봐.”
섹스할 때의 그는 남자답고 호방한 평상시 모습과는 정반대였다고 한다. S의 표현을 빌자면 그는 마치 엄마 찾아 삼만리의 마르코가 엄마를 만난 것 같이 섹스를 했단다. 정확히 어떤 식으로 했는지는 차마 물어 보지 못했다.
단지 “가슴에 착 달라붙어 피멍이 들도록 빨아 대더라”는 등의 말로 미루어 그녀의 취향과 거리가 먼 스타일임은 확실했다. 여자를 번쩍 들어 안아 사랑을 나누는 영화 ‘더티 댄싱’의 패트릭 스웨이지를 꿈꾸던 그녀 아닌가?
미혼인 K를 뺀 우리 모두는 더 늦기 전에 해 본 게 천만다행이라고 위로했다.“섹스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 “내가 너무 밝히는 거 아닐까”라는 식의 위험한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밥 먹는 것. 숨쉬는 것. 섹스하는 것을 인생의 전부냐고 묻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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