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4일 수요일

만약 연애에 정답이 있다면.....

 며칠 전 친구와 영화 표를 끊었는데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아서 뭘 하며 시간을 때울까 망설이던 차에 마침 타로카드 점을 보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꽤 많은 여성들이 타로카드 점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다 보니 부러 들으려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앞 순서의 여성들이 타로카드 점을 보는 내용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열이면 열 전부 연애에 관한 문제로 타로카드 점을 보고 있었다. 확실히 연애 문제는 시대를 초월하는 고민거리이며 모두 다 헤매는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만약 연애에 대한 책을 한 권 읽는다고 해서 연애에 대해 알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책이 아무리 연애에 대해 완벽하게 잘 쓰여진 책이라 할지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아는 것과 실제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리는 남의 연애에 관해서는 모두 전문가처럼 카운슬링을 해 줄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자기 연애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하다. 이론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이론을 실천으로 옮겨야 하는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영화 ‘연애의 목적’ ‘어깨너머의 연인’ 의 시나리오 작가인 고윤희 작가가 들려주는 연애 얘기는 정답도 모범 답안도 아니다. 어쩌면 이 책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지도 모른다. 왜냐면 작가 자신이 이 책을 쓰기 위해 2년 동안 연애와 관련된 각종 연애서와 칼럼, 논문을 독파하고 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연애에 대한 진실을 캐내고자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머리로는 알아냈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는 연애를 연구한 2년 전이나 2년 후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한다.


어쩌면 연애에 관한 책을 백 권을 읽느니 차라리 나가서 단 한 번의 연애를 경험하는 것이 더 연애에 대해 확실하게 알게 되는 지름길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것은 모든 연애는 매번 다 다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번의 공부로 터득할 수 있는 지름길이나 모범 답안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연애를 해도 그때마다 또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늘 같은 사람들과 연애를 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문제인 것이다.

 


  학창시절 내 주변에는 유달리 연애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그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그들을 아프게 한 연애사를 들어주고 때로는 이런저런 충고를 해 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작 내 연애에 있어서는 내가 한 충고들을 하나도 실천 할 수가 없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것을 실제 상황에 적용시키는 것에 있어서 너무도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다. 믿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믿지 못했고 잊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때로는 전과 비슷한 실수를 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예전에는 생각조차 못했던 것들이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선행학습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유일한 분야가 연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전의 연애들은 현재의 연애에 있어 아무 해결책도 제시해주지 못했다. 왜냐면 그때 사귀던 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하고 있었으니까.


만약 연애에 정답이 있다면, 그래서 누구나 열심히 공부를 하기만 하면 잘 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책으로 혹은 다른 것들로 연애를 공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애는 공부 자체가 불가능한 분야인지도 모른다. 남자를 알게 해 주겠다던가 여자를 알게 해 주겠다는 책은 많지만 막상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는 여자와 남자들은 그 책에서 말해주지 않는 예외의 경우가 너무도 많다. 표면적으로는 비슷해 보이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 사정안으로 직접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문제점의 본질조차도 파악하기 힘들다.

 


이 책에는 연애를 어떻게 하라고 가르치는 대신 시대의 사랑과 연애관을 가장 현실적으로 잘 담아내고 있는 한국영화 12편을 골라서 그 안에 숨겨진 사랑, 연애, 섹스, 결혼에 대한 코드를 뽑아내고 거기에 다양한 인터뷰와 실제 사례들을 버무려 놓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이 12개의 사례로 대표될 만큼 우리의 연애가 간단하다면 다들 왜 그렇게 연애 때문에 고민을 하고 평일 낮에 그 많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연애 문제를 타로카드 점으로나마 알아보기 위해 줄을 섰겠는가.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하필 이 사람에게 눈길이 더 갔다는 것, 그리고 그 눈길로 마음이 옮겨갔다는 것은 정말이지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스쳐 보냈으면 아무 사이도 아니었을 것을 그 스침 대신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건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행복한 순간과는 달리 연애가 진행되면 될수록 우리는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그 사람을 믿지 못하거나 때로는 나 자신의 사랑조차도 의심을 하게 된다. 사랑하게 되어서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다고 믿었는데 사랑에는 너무나 많은 지뢰들이 숨어있다. 그리고 그 지뢰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다.

 
고윤희 작가는 연애의 따뜻한 면부터 잔인한 면에 이르기까지 연애에 대해 있을법한 사정들을 골고루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걸 읽는다고 해서 연애에 대해 무언가를 알게 될 것이라고 섣불리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하고 싶으면 머리 쓰지 말고 몸으로 직접 부딪치라고 말한다. 백 번 옳은 말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은 연애에 있어 딱 들어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백날 책으로, 영화로 접해보는 연애는 진짜 연애가 아니다. 진짜 연애는 실제로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과 함께 울고 웃어봐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연애는 결코 행복만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책들을 읽는 이유는 어쩌면 연애에 있어 행복하지 않은 순간들을 잘 견뎌낼 힘을 얻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반짝반짝 연애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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