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영화관에서 사랑에 관한 영화를 봤었다. 내용도 괜찮았고 스토리 전개도 매끄러운 영화였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를 보던 도중 두 번이나 화장실을 다녀왔었다. 비디오나 DVD가 아닌 이상 영화를 보다가 화장실을 간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가 재미없다는 얘기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이상하게 집중이 되질 않았다고 친구에게 말하자 그가 명쾌한 답을 내렸다.
“여자 주인공이 못생겼잖아”
친구의 말을 듣는 순간에야 나는 깨달았다. 그 영화의 몰입이나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이었는지를 말이다. 그 여자 주인공은 우리가 멜로물에 기대하기 마련인 여 주인공의 외모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외모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학창시절 항상 웃기는 아이들은 못생긴 아이들이었다. 물론 잘생기고 유머러스 한 인간들도 종종 있었지만 대게 아주 웃기는 오락부장 스타일의 아이들은 못생겼었다. 이건 결코 못생긴 사람들을 폄하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그러니까 이 책에 등장하는 한 대목과도 같은 이유이다. 못생긴 여자들은 직장 상사가 어쩌다 야근을 시켰을 때 ‘이렇게 늦게 퇴근해서 괜찮겠어?’ 라고 물을 때 ‘괜찮아요 전 얼굴이 무기잖아요’ 하며 받아 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못생겼다는 핸디캡을 가지고도 세상을 아무 탈 없이 살아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끊임없이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내고 그 아름다움을 칭송하고 찬미한다. 그러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들의 이중적인 태도이다. 못생긴 여자 연예인에게 온갖 악플을 달아대다가 그 여자 연예인이 한동안 공백기를 갖고 의술의 힘으로 몰라보게 예뻐져서 돌아오면 이번에는 성형을 했다는 이유로 성형 전, 후 사진을 나란히 붙여놓고 친절하게 수술한 부위를 동그라미까지 쳐 가면서 또 욕을 한다. 그러니까 아름다운 건 좋지만 그게 인위적이거나 물리적인 외부의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오직 원래 그렇게 태어난 사람들 즉 본인의 노력이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닌, 로또 당첨자 같은 행운아들인 것이다.
만약 우리가 어떤 외모를 갖고 태어날지 결정할 수 있었다면 특이한 취향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보편적으로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태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아름다운 외모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한 장의 그림에서 출발한다.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린 [시녀들] 이란 그림 한 장 속에 유달리 못생긴 한 여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여태 모든 사랑영화나 소설에서 결코 등장한 적이 없는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유명한 남자 배우의 아들인 주인공은 근사한 외모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어쩐 일인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백화점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는 특이하게도 미,추에 관한 대개의 남자들이 가지기 마련인 기준점이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학창시절에는 놀림을 받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따돌림을 당할 정도로 누가 봐도 확연히 못생긴 여자이다. 그는 그런 그녀를 사랑한다. 처음에 여자는 남자의 관심을 놀림으로 착각하지만 곧이어 그녀도 그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다 그녀는 일방적으로 남자의 곁을 떠난다. 그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혹은 이렇게 못생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할 리 없다는, 그래서 언젠가는 그녀가 그 없이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그와 이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내가 아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무남독녀 외동딸인데 집안도 괜찮고 학벌이나 직업도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내내 연애를 하지 못했다. 그걸 보다 못한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결혼정보 회사에 회원으로 등록을 시켰다. 그녀는 당연히 그 결혼 정보 회사가 보유한 회원들 중에서도 우수한 조건을 가진 회원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 회사에서 소개해주는 선을 보아도 그녀는 좀처럼 짝을 만나지 못했다.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그녀는 못생겼었다. 이렇게 말하면 참 잔인하겠지만 그녀는 나머지 조건들로도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작은 키와 못생긴 얼굴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만날 때마다 물었다. 자기가 왜 연애를 못하는지를 말이다. 그녀도 나도 답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못생겼다는 말을 직접 입에 담을 만큼 우리는 그 사실에 대해 태연할 수 없었었다. 그러니까 알고는 있지만 인정하지는 못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 다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예뻐야 한다고 그래야 사랑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까지 원초적으로 말하지는 못하는 것 혹은 그렇게까지 솔직해지지는 못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또 다른 여자는 집안은 그저 그랬지만 학벌이며 직업이 대단히 좋았었다. 그녀는 똑똑했고 성격도 좋았다. 하지만 그녀는 내내 제대로 된 사랑 한번 연애 한번 하지 못했다. 적어도 그녀가 성형수술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랜 직장생활로 번 돈을 모두 얼굴에 투자하고 살도 많이 뺀 후에야 그녀는 비로소 연애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수술하기 전의 사진은 모두 태워버렸다고 했다. 그녀의 그는 다른 건 다 용서해도 못생긴 건 용서 못하는 남자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녀는 행여 남편이 자신이 성형한 사실을 알까 봐 두렵다고 했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달리 해 줄 말이 없었다. 솔직하게 고백을 하라고 하기에 그 일은 그녀에게 너무 큰 트라우마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이 못생겼다는 사실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 때문에 남자친구 하나 없는 사실을 부끄러워했었다. 책에서 아름다움은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필연적으로 불러일으킨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아름다움은 우리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부러움 그리고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부끄러움을 동반한다.
□ 사랑에 있어서 외모가 중요하냐고 말 한다면 이런 얘기를 해 주고 싶다. 인간이 인간을 보고 판단하는 순간은 고작 3초에 지나지 않는다고. 우리가 그 3초 안에 인성이랄 지 내면의 아름다움 같은걸 볼 수 있다고 우기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성을 판단하는 시간은 3초면 끝나는 것이다. 우리가 그 3초 안에 볼 수 있는 것은 겉껍질. 즉 외모이다. 그 안에 모든 것이 이미 다 결정이 나버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 마침내 사랑하게 되는 것은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그야말로 영화 같고 드라마 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에 한 가지 불만을 말하자면 왜 마지막에 가서 박민규는 신파조를 선택했냐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처음에 말했던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이 책에도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작가가 무리수를 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신파가 아니고서는 못생긴 여자는 소설 안에서도 용서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도 역시 아름다움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너무 가혹하고 냉혹하다. 어쩌면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는 말은 그만큼 아름다웠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가 무슨 수로 서로의 눈을 한 번에 사로잡을 수 있겠는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주로 여자들에게만 강요되었던 이 아름다움이 이제는 남자들에게도 똑같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들의 미적 감각이 날카로워졌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이제 아름답지 않은 것은 그 무엇이든 용서를 못하겠다는 얘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 아무튼 이 책은 저자도 말했다시피 최초로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일 것이다. 아무도 사랑 얘기에 못생긴 외모를 말하지 않는다. 다른 모든 악조건이 있다 해도 일단 아름다운 것은 틀림없었던 모든 멜로의 주인공들만 보아왔던 당신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할지 자못 궁금하다.

조금 잔인하다고 할정도의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답글삭제회피하고 싶었던 곳까지 짚는 글이군요...